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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 글에 대한 생각

Carrie Feels

by 캐뤼 2019. 3. 31.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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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책을 쓰려고 책쓰기 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사기에 가까운 강의는 아니었다.

그 책에서 책 쓰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 내가 실천하기 조금 힘든 부분이라서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는데..

요즘 책을 읽다보니 그런 식의 글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를 정하고 그 내용에 맞는 다른 책을 베끼고 자기 생각을 좀 더 보태는.

인용하는 것이 글쓰기에서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하고, 이해를 돕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도 알지만 너무 남용된다는 느낌이다. 

내 생각만 늘어놓기에는 밑천이 없어서 좀더 쉽게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래도 너무 심하다.

자기계발서를 봐서 그럴 수도 있다. 모르겠다.

<꿈이 나에게 묻는 열가지 질문>을 읽다가 말았다. 왜 인용되는지 알 수 없는 말들, 내 친구이자 무슨무슨 CEO의 말.. 이런 것들이 나오는데 마치 그 사람들이 한 말이 진리인 양 자신의 빈약한 논리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끌어다 쓰는 느낌이라서 읽다가 좀 짜증이 났다. 할 얘기는 없는데 목차는 나눠놨으니 뭔가로 채워넣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번역도 여럿이 나눠서 한 티가 팍팍 나서 화법도 중구난방이었다.
내가 말을 중심으로 한 연극을 하지 않았고, 가장 정교한 말장난을 하는 사법시험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나는 영어를 배우면서 말과 글에 집중한 시간을 보냈기에 말하는 것에 민감했다. 특히 중언부언하거나 내용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 어지러워서 책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한때는 서사가 있는 책만 보기도 했다.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건 글 속에서 헤매고 다닐 위험은 줄어드니까. 

그래서인가보다.
내가 그 수업을 듣고도 선뜻 글을 못 쓰는 것은. 
가르친 선생님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다며 독려하지만..
쓰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하지 않으면, 중지가 없으면 산발적인 사건들만 나열한 글이 될까봐 무서웠나보다.

지금의 내 책읽기가
내게 방향을 설정해주지 않을까
나는 내 무의식을 굳게 믿어본다.
언젠가 수면 위로 떠오를 찬란한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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